작성자: 이** (2406)


공감을 포기하지 않을 우리를 위해


모든 교수님들의 강연과 토론까지 어느 것 하나 빠뜨릴 것 없이 긍정적인 충격과 더불어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러나 미디어와 가장 밀접한 학과를 전공하다보니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이론들을 혐오와 접목시켰던 김민정 교수님의 강연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오늘날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그리고 유튜브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존재할까? PC는 그 단어 그대로 ‘Personal Computer’의 역할을 너무나 잘 수행해내고 있다. 즉, 수집된 빅데이터로 누구보다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가 밀집된 단단한 버블을 구축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를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로 칭하고, 다양한 정보로부터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는 말에서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간 베스트에서부터 이어져 온 지역 혐오나, 여성 혐오가 만연히 이루어지는 곳 중의 하나가 SNS라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알 것이다.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고, 비슷한 내용의 기사와 이야기들을 접하는 사람들의 피드에 올라오는 글들은 미처 혐오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도 없을 만큼 미묘하고 정교하게 조작되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공론장의 기능을 상실한 SNS의 싸움은 옳고 그름을 가리기 힘들어지고 있고, 자극적인 것을 콘텐츠로 삼는 사람들의 특성상 혐오표현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심지어 그것을 재미있는 유희거리, 밈(Meme)화 시키는 오늘날을 살아가며 느껴왔던 무력감이 스쳐 지나갔다.


교수님께서 지적한 부분 그대로였다. 혐오는 개인 대 개인의 구조를 가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주류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소수의 목소리는 끝내 사라져버리는 침묵의 나선에 의해 혐오가 곧 만연해지는 사회. 혐오가 생산되는 사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역사서에도 존재하고, 오늘날에도 끈질기게 남아있는 문제.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면 외려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 침묵했던 지난날 역시도 떠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3일의 컨퍼런스 동안 한결같이 교수님들께서는 혐오에 맞서 싸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품에 안겨주셨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아도 끝내 한 군데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나 역시 그 어떤 비주류에 속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혐오에 대응하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침묵하지 말아야 했다. 잘못된 뉴스라는 사실을, 당신이 사용하는 표현은 성적인 차별을 조장하고 있음을, 인종적인 구분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편견이 당신을 오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다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비롯되는 ‘표현’말이다. 그래야만이 소수의 의견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와 같은 또 다른 마음을 지닌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으리라 믿는다. 변화의 발걸음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믿음을 지니고자 다짐한다. 신뢰가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무던히 타인이 지니고 있을 선함을 믿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뒤틀려버린 생각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당장 혐오와 차별을 통해 고통받는 사람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목소리를 위해, 나는 내일도 공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좌절로 끊어진 길에 또 다른 다리를 놓아준, 공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손잡아 준 T&C APoV 컨퍼런스에 감사한다.


✻ APoV 컨퍼런스는 비영리 목적의 교육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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