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우** (5448)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강연과 공연이 취소되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저에게 SNS를 통해 접한 아포브 컨퍼런스는 현대사회를 이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정말 감사한 강연이었습니다!


모든 강연이 좋았지만 저는 특히 이틀째의 강연을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려대학교 사학과 최호근 교수님의 ‘홀로코스트: 혐오와 차별의 종착역’이라는 강연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홀로코스트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유형을 알려주고 그들이 왜, 어떠한 연유로 분류되고 박해받았는지를 정말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잘 설명해 주신 강의는 그러한 제노사이드에서부터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현재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가장 현대사회와 맞물려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제노사이드의 10가지 분류입니다. 이는 제노사이드가 일어나는 과정을 10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거기서도 ‘탈인간화, 비인간화’ 분류는 현대 인터넷 언어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탈인간화’는 더 이상 사람을 사람이 아닌 기생충, 쥐와 같은 인간이 아닌 것으로 불리며 그와 관련된 포스터 따위가 생기고 배부된다고 하였습니다. 당장 이전에 유행했던 ‘맘충’과 같은 ‘oo충’이라는 말이 바로 ‘탈인간화’의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벌레라는 뜻을 부여하는 ‘oo충’ 저는 이 단어가 무척이나 거슬렸지만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홀로코스트 강의를 통해 제가 왜 이 단어를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oo충’이라는 단어 중 제가 제일 껄끄러워한 ‘맘충’이라는 단어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이 ‘맘충’이라는 단어는 ‘일부 무개념인 엄마’를 지칭하는 단어며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 어머니’들을 욕하는 멸시의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한때, 온라인 뉴스,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성을 내세워 이런 ‘맘충’을 욕하는 것이 하나의 ‘경기’마냥 유행했습니다. (마치 ‘탈인간화’의 포스터 배부처럼요!)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를 인터넷에 올리면 싸잡아서 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무척이나 혐오에 기반한 멸시적 칭호로 일종의 검열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예시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바로 ‘맘충’이라는 낙인 표가 찍힙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욕을 먹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맘충’이 하는 짓이라는 검열이 생깁니다. 그러면 아이 엄마들은 공공장소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눈치가 보이고 행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어린아이를 통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충분히 시끄러울 수 있고, 주변에 폐를 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어떠한 기회조차 주지 않고 특징으로 잡아 그를 ‘혐오집단’으로 정의 내려 배척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호근 교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현재 분업화된 사회에서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업이라는 방식은 개인의 일에 몰두할 수 있으며 작업을 세분화하여 일의 능률이 높아질 수 있는 좋은 방식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일뿐만이 아니라, 혐오 또한 분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한 새에 ‘살인의 외주화’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의도가 있음을 간파했다면 이에 대해 고민하고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이 행동을 하지 않았던 독일 시민들이 결국 어떠한 일을 방조하게 되었는지는 이미 강의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혐오와 차별의 종착역.’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역지사지’의 시각이며 ‘감수성’의 성장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말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그 영향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후 나에게 다시 돌아올 차별과 혐오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반격도, 반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내가 혐오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듯, 그들 또한 혐오 받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방의 의인>이라는 칭호 또한 저는 이 강의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이는 위험에 처한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방인들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명예로운 칭호입니다. 홀로코스트 이후로 우리는 좀 더 나아가야 합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알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열방의 의인>들과 같이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에서도 정도(正道)를 지키는, 자신의 도덕관, 윤리관에 벗어나지 않을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 강연을 통해 저는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나의 말에서, 행하는 나의 행동에는 정녕 다른 사람을 폄하하고 혐오하는 것이 없었는가? 나의 도덕과 윤리관은 편협적이지 않고 옳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 내가 혐오적인 사람이라면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강연은 추석 연휴에 진작 끝이 났지만,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은 아직 끝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10월 말에 다시 영상으로 올라올 강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연을 다시 듣는다면 이제는 처음 들었던 강연보다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해 꾸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이렇게 좋은 강연을 열어주신 티앤씨재단과 강연해 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신 없을 좋은 기회였습니다.


✻ APoV 컨퍼런스는 비영리 목적의 교육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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